내가 입을 여는 순간 다가오던 걸음이 멈추어졌다.<br>귀신같은 놈. 기척도 전부 다 죽이고 있었는데 내가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안 거지?<br>하지만 예전부터 지겹도록 끈질기게 내 뒤를 쫓던 데온이니만큼 저 집요함이 새삼 놀랍지도 않았다.<br>“도대체 날 얼마나 더 질리게 만들어야 만족할 셈이야? 꼴 보기 싫다고 했잖아. 당신은 정말 입이 아프도록 말해도 알아듣지를 못하는구나.”<br>정말로 지긋지긋했다. 아마 내 목소리에도 이런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을 것이 분명했다.<br>데온의 그림자조차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시선 한 자락 그에게 주지 않았다.<br>“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가, 데온. 오늘은 모처럼 기분이 나쁘지 않은 밤이니까.”<br>다른 때라면 좀 더 잔인한 말로 그를 공격해 주었을 것이다. 하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.<br>간만에 맞이한 평온한 밤을 데온 때문에 망쳐 버리는 건 아까운 짓이었다.<br>뒤에서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. 이대로 그냥 가 버린 건지 아닌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주변의 공기가 조용했다. 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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